100세 어머니를 모시고 은행에 갔다가 겪은 일 — 신분증, 시민권, 파워오브어토니티 이야기

 

호주에서 35년을 살아오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올해 100세이십니다. 치매 증상이 있으시고 거동도 불편하셔서 지금은 양로원(에이지드 케어)에 계십니다. 그런데 최근 어머니가 오래전부터 가지고 계시던 은행 구좌에서 갑자기 "본인 확인(ID Check)"을 하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 — 여권, 운전면허증, 포토 아이디 — 그리고 메디케어 카드 같은 것을 가지고 은행에 직접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30년 넘게 유지해온 계좌인데, 그동안 한 번도 이런 요청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최근 들어 은행들이 이런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은행에서 벽에 부딪히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힘들게 은행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서 보니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 그동안 이사를 여러 번 다니면서 어머니의 시민권 증서를 분실했습니다.
  • 여권은 기간이 오래전에 만료된 상태였습니다.
  • 포토 아이디 카드도 유효기간이 지나 있었습니다.

사진이 붙어있는 유효한 서류가 없어서, 일단 만료된 여권, 펜션 카드, 은행 카드, 메디케어 카드를 챙겨 갔습니다. 하지만 은행에서는 "여권이 만료되어서 참고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시민권 증서도 없다고 말씀드리자, "파워오브어토니티(Power of Attorney)를 만들어서 가져오라"는 답을 받았습니다.

결국 그날은 아이디 체크를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변호사에게 물어봐도 쉽지 않았다

파워오브어토니티를 만들려고 변호사에게 문의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 연세와 치매 증상 때문에, 먼저 홈닥터(주치의)에게 가서 "어머니께 (서류의 의미를 이해할) 인지 능력이 있다"는 편지를 받아오라는 답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홈닥터를 찾아갔지만, 이번에는 다른 벽에 부딪혔습니다. 어머니가 양로원에 계시는 동안 상태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직접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홈닥터도 그 편지를 써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해서 파워오브어토니티도 만들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결국 찾은 두 가지 길

여러 곳에 알아본 끝에, 결국 남은 방법은 두 가지였습니다.

  1. 잃어버린 시민권을 다시 신청해서 받은 뒤, 그것으로 새 여권이나 포토 아이디를 만드는 방법
  2. **NCAT(뉴사우스웨일스 민사행정심판원)**에 인지 능력이 없는 치매 환자, 노인, 장애인을 대신해 재정을 관리할 수 있는 자격(Financial Management Order)을 신청하는 방법

저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해서, 어머니가 계신 양로원의 GP(주치의)에게 편지를 받아 NCAT에 서류를 접수해 놓은 상태입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

부모님을 모시고 계신 분들 중에, 저처럼 시민권이나 여권, 포토 아이디가 만료되어 있는 줄도 모르고 계시다가 갑자기 은행에서 본인 확인을 요구받아 당황하시는 분들이 분명 계실 것 같습니다.

다음 편부터는 이번 일을 겪으며 직접 알아본 내용들을 하나씩 정리해서 나눠보려 합니다.

  • 은행 구좌를 열거나 본인 확인을 할 때 필요한 서류
  • 여권을 새로 만들 때 필요한 서류
  • 포토 아이디를 만들 때 필요한 서류
  • 파워오브어토니티와 NCAT 재정관리(Financial Management) 신청 자격 요건

같은 상황에 계신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호주에서 국제운전면허증(IDP) 발급받는 방법 총정리 (비용, 준비물, 신청처)

[시드니 여행] 뚜벅이 주목! 차 없이 기차,버스,페리로 갈 수 있는 시드니 최고의 비치 추천 TOP 5

[노후 준비] 은퇴 후 삶이 즐거워지는 60대 돈 안 드는 최고의 취미 추천 TOP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