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설렘과 한겨울의 낭만: 호주에서 만나는 두 번의 크리스마스

 

내가 처음 호주에 왔을 때는 1월이었다. 한국은 한창 추울 때였지만, 호주로 유학을 권유한 유학원장의 정보에 의하면 지금 호주가 매우 더우니까 반팔을 속에 입고 가서 위에 오버코트를 벗으라고 했다. 당시의 나는 상상을 할 수 없었고 이해하기도 어려웠으나, 시키는 대로 반팔을 속에 입고 비행기에 올랐다.

기온이 바뀌는 것은 벌써 비행기 안에서부터 체감되었다. 호주에 가까워질수록 창밖으로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고, 비행기에서 내려서는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날 비가 온 까닭에 후덥지근한 공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도저히 두꺼운 오버코트를 입고 있을 수 없는 상태였다. 그 후 호주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한국과 정반대인 계절들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제는 가장 더울 12월에 해변에서 호주 사람들이 즐기는 크리스마스를 전혀 이상하지 않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한국과 반대 계절을 가진 호주의 독특한 문화와, 호주만의 대표적인 두 번의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내는지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보고자 한다.

1. 7월의 크리스마스(Yulefest)의 기원과 의미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한국과 계절이 정반대이다. 따라서 전 세계가 하얀 눈을 고대하는 12월의 크리스마스에 호주는 섭씨 30도를 웃도는 뜨거운 한여름을 맞이한다. 이 때문에 호주 사람들은 겨울 특유의 아늑하고 추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그리워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생겨난 문화가 바로 '7월의 크리스마스(Christmas in July)'이다. 현지에서는 이를 '율페스트(Yulefest)'라고도 부른다.

이 문화의 기원은 1980년대 시드니 서쪽에 위치한 블루마운틴(Blue Mountains) 지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지역을 방문한 아일랜드 출신 관광객들이 겨울처럼 추운 호주의 7월 날씨를 보고 "이곳의 겨울은 고향의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게 한다"며 축제를 제안했다. 이를 계기로 블루마운틴의 호텔과 레스토랑들이 7월 한 달 동안 크리스마스 장식과 전통 음식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오늘날 호주 전역으로 확산되어 겨울을 즐기는 대표적인 문화로 자리 잡았다.

2. 호주 사람들이 7월의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방법

7월의 호주는 완연한 겨울 날씨를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비로소 벽난로를 켜고 두꺼운 스웨터를 입은 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한다.

  • 블루마운틴 율페스트 참여: 기원이 된 블루마운틴 지역은 여전히 7월의 크리스마스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명소이다. 수많은 호텔과 게스트하우스가 화려한 트리와 조명으로 꾸며지며, 예약제로 크리스마스 특별 디너를 제공한다.

  • 겨울 야외 축제와 아이스링크: 시드니, 멜버른 등 주요 도시에서는 7월 한 달 동안 야외에 임시 아이스링크가 설치되고 겨울 축제가 열린다. 따뜻한 조명 아래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멀드 와인을 마시며 겨울 감성을 즐긴다.

  • 가정에서의 아늑한 파티: 친구나 가족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벽난로를 피워놓고 크리스마스 음악을 들으며 실내 파티를 즐기는 가정도 많다.

3. 7월의 크리스마스 추천 음식

7월에는 추운 날씨에 몸을 따뜻하게 녹여줄 수 있는 전통적인 유럽식 크리스마스 메뉴가 주를 이룬다. 한여름인 12월에는 더워서 기피하게 되는 뜨거운 오븐 요리들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기회이다.

  • 로스트 가금류 요리: 오븐에서 구워낸 따뜻한 칠면조(Turkey)나 치킨, 로스트 비프에 걸쭉한 그레이비소스를 얹어 먹는다.

  • 구운 겨울 채소: 감자, 당근, 호박 등을 올리브유와 허브에 버무려 오븐에 노릇하게 구워낸 요리로, 고기 요리와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 멀드 와인(Mulled Wine): 와인에 시나몬, 정향, 과일 등을 넣고 따뜻하게 끓여낸 음료로, 겨울철 얼어붙은 몸을 녹이는 데 필수적인 음료이다.

  • 크리스마스 푸딩과 민스 파이: 말린 과일과 계피 향이 가득한 전통 디저트에 따뜻한 커스터드 크림을 듬뿍 얹어 달콤하게 마무리한다.

4. 본래의 크리스마스: 호주 사람들의 12월 크리스마스 풍경

반면, 본래의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은 호주에서 가장 뜨거운 한여름의 휴가 시즌이다. 7월이 아늑한 실내의 겨울 낭만이라면, 12월의 크리스마스는 강렬한 태양 아래 야외에서 활기차게 즐기는 축제이다.

  • 해변으로의 탈출: 12월 25일이 되면 수많은 호주인이 산타 모자를 쓰고 수영복을 입은 채 본다이 비치(Bondi Beach) 같은 해변으로 향한다. 눈 대신 모래사장 위에서 서핑을 즐기며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것은 호주의 상징적인 풍경이다.

  • 크리스마스 런치 바비큐(BBQ): 한여름의 더위 때문에 12월에는 뜨거운 오븐 요리를 하지 않는다. 대신 마당이나 공원, 해변의 바비큐 그릴을 이용해 신선한 해산물(특히 킹프론 새우)과 스테이크를 구워 먹는 '크리스마스 런치 바비큐'가 전통이다.

  • 파블로바(Pavlova) 디저트: 계란 흰자로 만든 바삭하고 부드러운 머랭 위에 생크림과 신선한 딸기, 패션프루트, 망고 등 여름 과일을 가득 올린 호주의 전통 여름 디저트이다.

  • 박싱 데이(Boxing Day)와 크리켓 경기: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12월 26일은 대규모 세일이 시작되는 박싱 데이이다. 사람들은 쇼핑을 즐기거나, 호주인들이 열광하는 전통 크리켓 경기를 관람하며 연말 휴가를 이어간다.

맺음말

이처럼 호주에 거주한다는 것은 세계 어디에서도 경험하기 힘든 독특한 계절의 매력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해변에서 서핑을 하며 즐기는 12월의 크리스마스도 짜릿하지만, 한겨울의 서늘한 공기 속에서 따뜻한 음식을 나누는 7월의 크리스마스 역시 놓칠 수 없는 낭만이다. 계절의 경계를 넘어 저마다의 방식으로 행복을 도모하는 호주의 크리스마스 문화를 통해, 진정한 축제의 의미를 되새겨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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